2019-12-30 (월) 미주한국일보 남상욱 기자
▶ ‘먼지떨이식 소송’ 잇달아 한인업주들 주의해야
▶ 근무기록 줄 땐 보험회사·변호사와 논의 필요
종업원상해보험 클레임을 빌미로 근무 관련 자료를 받은 후 민사소송까지 제기하는 이른바 ‘먼지떨이식 소송’이 한인 업주를 상대로 급증하고 있어 각별한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AP]
LA 다운타운 자바시장에서 의류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한인 K모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당했다고 했다. 몇 달 전 종업원상해보험(워컴)
클레임을 제기했던 그만 둔 직원이 이번에는 오버타임 지급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K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K씨는 뒤늦게 워컴 클레임과 관련해 퇴사 직원의 변호사가
요구해 보내줬던 퇴사 직원의 근무 관련 자료가 민사소송의 빌미가 된 것을 알게 됐다. K씨는 “자료 요청에
따라 보낸 자료를 사전에 검토하지 않고 보낸 게 실수였다”고 말했다.
퇴사 직원이 업주를 상대로 종업원상해보험(워컴)을 제기하고 자신의 근무 기록을 요구한 뒤 이를 근거로 노동법 위반 소송을 제기하는 일명 ‘먼지떨이식 소송’이 한인 업주들 사이에서
빈번하게 발생해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27일 한인 변호사들에 따르면 의류 및 봉제업체를 비롯해 리커스토어, 요식업체,
병원, 이미용업체 등이 워컴 클레임을 당한 뒤 같은 퇴사 직원과 변호사로부터 민사소송을
당하는 일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먼지떨이식 소송은 일반적으로 워컴 클레임으로 시작된다. 워컴 클레임을 제기한 퇴사 직원이 고용한 변호사는 업주에게 근무 관련 자료를 합법적으로 요구한다. 업주가 보낸 자료를 보고 임금 지급이나 타임카드와 관련해 문제를 찾아 이를 근거로 민사소송을 제기한다.
한 한인 변호사는 “워컴 클레임을 하면 업주에게 관련 직원의 근무 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 ‘요청 명령서’(subpoena duces tecum)를 보낸 뒤, 받은 자료를 검토해서 임금 관련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먼지떨이식 소송은 자료 요청이라는 합법적 수단이 동원되고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이용한
것이다. 소송을 당한 업주의 입장에서 보면 워컴 소송과 민사소송을 동시에 당해 정신적, 금전적 손해가
크다.
한인 변호사들에 따르면 과거에는 워컴 클레임 변호사와 민사소송 변호사들의 구분이 명확했지만 최근에는 구분이 무너지면서
한 변호사가 같은 원고를 대신해 2개의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가 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인 변호사들 사이에선 먼지떨이식 소송을 주로 담당하는 두 명의 한인 변호사 실명과 2곳의 타인종 로펌의 이름들이 거론되고 있을 정도다.
한인 변호사들은 퇴사 직원의 근무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 받게 되면 자료의 종류와 내용에 대해 보험회사와 사전에 논의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자진 퇴사나 해고된 직원들이 자신들의 변호사를 통해 업주에게 개인파일 (personnel file)이나 근무기록을 보내달라거나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에도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
업주 관련 소송 중 절반 이상이 워컴 클레임과 민사소송이 동시에 제기된 것으로 워컴의 경우 노동법 소송과 달리 합의금을
지급하고 합의문에 서명한다고 해서 종결되는 게 아니다. 반드시 상해보험국에 합의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한인 변호사들은 지적하고 있다.
김해원 노동법 변호사는 “업주들은 먼저 워컴 클레임과 민사소송의 차이를 인지하고 워컴 클레임이 제기됐을 때 보험회사에게만
맡기지 말고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