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중앙일보] 02/21/20 김병일 기자
문 닫는 업체 늘어…대부분 창업 3년 내외 영세업체
한인이 운영하던 세계적 의류업체 포에버 21이 최근 전격 매각되면서 LA 자바시장 한인 의류업계가 적지 않은 피해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 피해 업체 가운데 다수는 창업
3년 미만의 영세업체였던 것으로 전해져 피해 상황이 더욱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영세업체는 자금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큰돈을못 받게 돼 대부분 영업을 지속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업체는 원단이나 봉제업체로부터 외상값 독촉까지 받고 있어 이중고를
겪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부 피해업체는 벌써 문을 닫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피해업체 가운데는 직장 생활에서 저축한 돈으로 힘겹게 창업해 희망을
품고 물건을 납품하다 빈털터리가 된 업소가 있는가 하면 싱글맘이 운영하던 업체도 있는 등 주변을 안타깝게 하는 사연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한 업체 대표는 포에버 21의 전격 매각 소식에 충격을 받고 뇌졸중으로 쓰러져 현재
병원에서 치료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이들 영세 피해업체 대표들은 SNS(소셜 네트워크)상에서 단체방을 마련해 향후 대책을 논의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철저히 신분을 확인한 뒤 가입이 허용되는 이 단체방은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이 주도해 마련했으며 30여 업체가 가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현 상황에서 피해 보상받을 방법이 있는지, 또 포에버 21이 어떤 방식으로 자신들을 기만하거나 속이면서 제품을 조달받았는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향후 집단행동 여부에 대해서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이 입은 피해액만 대략 1500만~2000만 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한 중견업체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포에버 21이 회사를 팔면서 적지 않은 한인 의류업체가 손해를 입었다”며 “장씨 부부가 이렇게 빨리 회사를 매각하리라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해 그 충격이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인 피해자 가운데 일부 규모 있는 업체도 있지만 대부분 경험이 적고 자금도 빠듯한 업체가 물린 것 같다”며 “장 회장 부부가 계획적으로 신생업체를 집중적으로 공략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한인 의류협회에서도 포에버 21사태와 관련해 침묵하기보다는 협회 차원에서 행동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한 관계자는 “차후 비슷한 사태 예방을 위해서도 잘못된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하고 “그동안 소매업체가 파산하거나 문을 닫으면 하청업체만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면서 말 한마디 공개적으로 못했는데 이제는 재발 방지와 업계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도 잘못된 부분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자바 한인 의류업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포에버 21의 파산 신청, 허니 펀치의 야반도주성 업소 폐쇄, 포에버 21의 전격 매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등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역사상 최악의 1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파산 상태에 있던 포에버 21이 전격 매각되면서 LA 자바시장에 적지 않은 영세 한인 의류업체가 심각한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포에버 21에 납품하던 업체의 셔터가 19일 굳게 닫혀 있다.